우리는 하나님께 없는 것을 구하는 데 익숙합니다. “하나님, 이것이 필요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 주십시오. 이 길을 열어주십시오.” 그런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이렇게 물으신다면 어떨까요? “내가 이미 너에게 준 것은 보이니?” 우리는 없는 것은 참 잘 봅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있는데 내게는 없는 것,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금방 발견합니다. 반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은 쉽게 익숙해집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감사했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당연한 것이 됩니다. 그래서 감사의 시작은 새로운 것을 얻는 것이 아니라, 잊고 있던 은혜를 다시 기억하는 데 있는지도 모릅니다.
신명기 8장에서 이스라엘은 40년의 광야생활을 마치고 가나안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광야에서는 하루하루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으면 살 수 없었습니다. 먹을 것이 없으면 하나님께서 만나를 주셔야 했고, 물이 없으면 반석에서 물을 내어주셔야 했습니다. 그런데 가나안에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먹어서 배부르고 집을 짓고 소와 양이 늘어나며 소유가 풍성해집니다.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하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네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삼갈지어다.”
하나님께서 걱정하신 것은 풍성함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가나안을 주신 분도 하나님이십니다. 문제는 풍성함 속에서 하나님을 잊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광야에서는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곳간이 채워지면서 어느 순간 하늘보다 곳간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힘들 때는 하나님을 간절히 찾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기도하고, 길이 보이지 않으면 말씀을 붙듭니다. 그런데 문제가 해결되고 삶이 조금 편안해지면, 어느새 하나님의 은혜를 당연하게 여길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감사의 반대편에는 불평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망각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잊으면 감사가 사라지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면 감사가 다시 살아납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지나온 광야를 돌아보라고 합니다. 애굽에서 이끌어 내신 일, 위험한 광야를 지나게 하신 일, 반석에서 물을 내시고 만나를 먹이신 일을 기억하라고 합니다.
우리도 가끔은 뒤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그때는 앞이 보이지 않았는데.”, “그 일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그런데 오늘 우리는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때는 반복되는 일상이라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은혜였던 일이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었던 시간을 지나고 나서야 하나님의 인도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믿음의 눈으로 지나온 길을 바라보면 인생 곳곳에 남아 있는 하나님의 손길이 보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한 가지를 더 말씀하십니다. “내 능력과 내 손의 힘으로 내가 이 재물을 얻었다 말할 것이라.” 물론 우리가 열심히 살았습니다. 수고했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수고를 할 수 있는 힘은 누가 주셨는지를 기억하라고 하십니다. 감사는 우리의 고백을 “내가 했다”에서 “하나님이 하셨다”로 바꾸어 놓습니다. 혹시 감사할 것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감사할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너무 익숙해져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숨을 쉬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있습니다. 하늘 곳간을 채우는 감사의 첫걸음은 더 많은 것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데 있지 않습니다. 이미 주신 은혜를 기억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오늘 잠시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고백해 보면 어떨까요? “주님,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오늘 다시 기억합니다. 여기까지 인도하신 분이 주님이십니다.” 그 기억에서 다시 감사가 시작될 것입니다.